산모롱이

[스크랩] 설악산 산행기

산모롱이 2010. 2. 9. 17:46

         설악산(雪嶽山) 산행기

 

1.설악산의 개요
  설악산은 너무 유명해서 소개한다는 것 자체가 쑥스러운 일이다. 휴전선 이남의 대한민국 땅에서 산행의 개념으로는 설악산을 능가할 산이 없다. 높이로야 한라산(1,950m)이나 지리산(1,915m)이 있기는 하지만 산행대상으로는 단연 설악산이 으뜸이다. 산행의 난이도나 산의 생김새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행정적으로는 강원도 속초시, 양양군, 고성군, 인제군의 4개 시·군에 걸쳐 있으며, 현재로는 우리나라의 최북단에 위치해 있어서 백두대간이 설악산부터 시작되므로 상징적 의미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설악산은 주봉인 대청봉(大靑峰;1,708m)과 중청, 소청, 끝청, 귀청의 5청을 비롯하여 7,000여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빼어난 경관과 더불어 풍부한 자연자원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리하여 1965년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1970년에는 국립공원 제5호로 지정되었다. 1982년에는 남설악의 점봉산 지구가 설악산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유네스코(UNESCO)로부터 설악산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예로부터 영동지방에 가면, '양강지풍(襄江之風)에 통고지설(通高之雪)'이란 말이 있다. 즉, 양양과 강릉 사이엔 바람이 많이 불고, 통천과 고성 사이엔 눈이 많이 내린다는 말이다. 그런데 설악산은 양양과 고성 일대에 걸쳐 있으므로 바람도 세고 눈도 많이 쌓이는 곳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설산(雪山) 혹은 설봉산(雪峰山)이라고도 불리어서, 동국여지승람에는 '설악산엔 한가위부터 쌓이기 시작한 눈이 하지가 되어야 없어지므로 설악산이라 했다(仲秋如雪至夏至而淸故名)'라고 기술되어 있다.
  그리고 삼국사기에는 설악산을 설악(雪嶽) 혹은 설화산(雪華山)이라 기록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설악'이라는 이름은 이미 삼국시대부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려시대의 문인 안축(安軸)은 '금강산은 수려하기는 하나 웅장하지 못하고, 지리산은 웅장하기는 하나 수려하지 못한데, 설악산은 수려하고 웅장하다(金剛秀而不雄 智異雄而不秀 雪嶽秀而雄)'라고 평하였음을 보면, 예로부터 설악산이 명산이었음이 틀림이 없다. 
  그리고 육당 최남선(六堂崔南善) 역시 그의 「설악 기행」에서 설악산은 금강산보다 나은 점이 많다고 하였고, 시인 서정주(徐廷柱) 역시 이에 동감한다고 한 바 있다. 그래서 산악인이자 시인인 김장호(金長好)는 금강산의 높이가 1,638m에 12,000봉인데 설악산은 1,708m에 7,000봉이니 금강산이 아기자기하나 웅장하다고 할 수 없을 것 같고, 설악산은 금강산보다 높으나 봉우리 수는 적으므로 웅장하고 시원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정교하면서도 꽉 짜인 산다운 기상은 금강산에 뒤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그것을 넘어선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설악산에 대한 칭송은 예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대청봉을 정점으로 사방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는 기암과 괴봉의 연속이고, 그 사이사이에 협곡을 이룬 골짜기에는 폭포와 소, 담이 연이어 천하절경을 연출하고 있어서 흔히 절세의 미인에 견주어 왔다. 그리하여 그 자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금강산보다 아름다움이 없는 듯 혹은 숨겨진 듯한 설악산의 경관이 한 수가 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설악산의 생김새나 특징을 가지고 흔히 외설악, 내설악, 남설악으로 구분 짓는다. 백두대간의 공룡능선을 경계로 하여 동해안 쪽은 외설악, 백두대간의 서쪽, 한계령의 서·북쪽 지역을 내설악, 그리고 한계령 이남의 오색과 점봉산(1,424m) 지역을 남설악이라 한다. 
  외설악에는 울산바위, 권금성, 비선대, 천불동 계곡 등의 비경과 신흥사가 있고, 장쾌한 공룡능선과 화채능선이 있으며, 내설악에는 장대한 서북능선과 용아장성릉이 있고, 백담계곡, 수렴동계곡, 백운동계곡, 귀때기계곡 등의 아름다운 계곡과 대승폭포, 소승폭포, 그리고 십이선녀탕, 장수대 등의 비경이 있는가 하면, 백담사, 봉정암, 오세암 등의 사찰이 있다.
  그리고 남설악에는 풍만함을 자랑하는 점봉산이 있고, 그 점봉산에는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수림과 갖가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만물상, 곰배령, 강선계곡과 수려한 경관의 주전골, 흘림골 등이 있다. 그리고 설악산 지역의 자랑인 오색의 약수와 온천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이처럼 외설악, 내설악, 남설악이 각기 그 특색을 지니며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가 하면, 설악산은 또한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펼쳐 보이는 깊은 맛이 있다.
  봄이면 저마다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온갖 야행화가 맑은 계곡, 빼어난 기암괴석들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면서 천상의 화원을 연출한다.
  그리고 여름엔 짙은 녹음과 풍부한 수량의 수많은 계곡으로 인하여 시원한 청량감이 한껏 부풀어오른다. 더구나 가을의 설악산은 전국 제일의 단풍을 뽐내는 곳이어서 고고하고 당당한 위풍마저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 온 산천을 뒤덮는다.
  또 겨울의 설악산은 산 이름이 의미하듯, 전국에서 가장 먼저 눈이 내리고, 겨울 내내 쌓인 눈으로 인하여 전국에서 유일하게 눈사태의 위험지역이 될 정도여서 통고지설(通高之雪)을 실감케 하는 곳이기도 하다. 거기에다가 날씨마저 추운 곳이고 보면, 눈꽃이나 상고대의 아름다움 역시 주저 없이 전국 제일이라 할 수 있으며,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폭포들이 얼어붙어 산악인들에게는 전국 최고의 빙벽 훈련장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풍수지리에서는 설악산의 형국이 마치 닭이 알을 품고 있는 산세를 하고 있다고 한다. 즉, 대청봉은 닭의 머리에 해당되고, 화채능선은 닭의 오른쪽 날개, 서북릉은 닭의 왼쪽 날개이며, 공룡능선은 닭의 몸통이고, 죽음의 계곡은 닭의 목이라고 한다. 이처럼 닭이 알을 품는 형국의 땅(金鷄抱卵之地)을 풍수지리설에서는 길지로 친다.
  거기에다가 주변환경마저 좋아서 설악산을 더욱 돋보이게 해 준다. 특히 동해에 인접해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설악산을 설악산이게 하는 최적의 선물이다. 대청봉에 올라 망망대해의 동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막힌 전망인데, 아침의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일생을 두고도 이보다 더 큰 감격이 없을 정도로 설악산만이 가진 특권이다. 그리고 주변의 문화유적과 온천장, 먹거리 등이 풍요로워서 설악산은 언제 가든지 늘 1석 3조를 이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보면 설악산이야말로 중부 백두대간의 여왕다운 산이다. 여왕이라고 하지만 보통 여왕이 아니라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경륜, 그리고 치밀한 두뇌와 내밀한 정서까지 두루 겸비하여 아무도 함부로 근접치 못할 카리스마를 지닌 전설적인 여왕과 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주요 등산로
   가. 천불동 코스(소공원, 비선대 쪽에서 오르기)
   나. 오색 코스
   다. 한계령 코스
   라. 공룡능선 코스
   마. 서북릉 서쪽 구간

   바. 백담사 코스

   사. 안산-십이선녀탕 코스
    
2.설악산 오르기

  가. 천불동 코스(소공원, 비선대 쪽에서 오르기)
  천불동 계곡은 설악산을 대표하는 계곡으로 비선대에서 대청봉에 이르기까지 수 십리에 걸쳐 아름다운 비경이 펼쳐져 있는 곳이다. 그래서 천불동의 경관을 보지 않고는 산천의 아름다움을 말하지 말라는 속설이 있을 정도이다. 계곡 양쪽에 늘어선 기암과 절벽이 마치 천만개의 불상이 늘어선 듯하다고 하여 천불동(千佛洞)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나 예전에는 '문닫이골'이라고 하여 함부로 들어갔다가는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는 위험한 깊은 골짜기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워낙 풍광이 빼어난 곳이어서 오히려 설악산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곳이 천불동 계곡이다. 일반관광객의 경우에는 일단 설악산이라고 하면 먼저 설악동과 신흥사, 그리고 흔들바위와 울산바위, 비선대와 금강굴 등을 연상하게 되는데, 이 모두가 천불동 계곡 입구에 위치해 있다.
  그러므로 산행 목적이 아닌 관광 차 설악산으로 간다고 하면 대부분 설악동 지역에서 천불동 계곡 입구까지가 주 관광 포인트가 된다. 그래서 이 쪽은 항상 많은 사람이 붐비고, 특히 단풍철에는 인파로 넘쳐난다.
  그리고 본격적인 산행을 한다고 하더라도 천불동 코스가 역시 설악산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코스이다. 코스 길이 11∼12km로서 등로의 거리가 길고 가파른 구간이 많아서 상당히 힘든 코스여서 산행시간도 많이 걸려 소공원에서 대청봉으로 올라가려면 7∼8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천불동 계곡으로 가려면 사전에 계획을 잘 세워서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고, 충분한 간식과 일기변동에 대비하여 옷과 장비도 철저히 준비하여야 한다. 그리고 웬만하면 산행 도중에 산장에서 하루 밤 묵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무리한 산행도 피하고 좋은 추억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천불동 코스는 주로 하산 길로 이용된다. 오색이나 한계령에서 대청봉에 올랐다가 천불동으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인 산행방법이다. 

 

   천불동 코스의 산행기점은 대개 설악동 쪽의 버스종점에서 신흥사 일주문 쪽으로 들어서면서 바로 만나는 소공원으로 잡는다. 소공원을 출발하여 통일대불 앞과 신흥사 입구를 지나 비선대에 이르기까지의 3km, 50분 구간은 잘 조성된 넓은 평지 길이고, 2km 지점까지는 차량도 다닐 수 있어서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갈 수 있다. 그리고 비선대에서 천불동 초입을 감상할 수 있어서 항상 이 부근에는 일반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비선대는 천불동 계곡의 관문이며, 금강산의 만폭동을 무색케 할 정도로 경관이 수려한 설악산의 대표적인 명승지의 하나이다. 전설에 의하면, 마고선녀(麻姑仙女)가 하늘로 날아올라간 곳이라 해서 비선대(飛仙臺)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비선대에는 휴게소가 있어서 1층은 상가 겸 음식점이고, 2층은 숙박이 가능한 산장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숙식을 동시에 해결할 수가 있다. 그리고 설악동 일대의 숙박시설이 가까이 있어서 2층 산장은 이용객이 많지 않으므로 예약 없이 아무 때나 가도 이용할 수 있고, 새벽 일찍 천불동이나 마등령을 오르려는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다만 이 산장은 개인이 운영하여 영리에만 급급한 나머지 아무 때나 손님을 받으므로 밤에 들락거리는 사람이 많아서 수면에 지장이 있다는 점을 유념할 일이다. 그런데 휴게소 베란다에서 계곡 건너편을 올려다보면 장군봉(미륵봉)과 적벽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그 장군봉의 남측 중간쯤에 금강굴이 있다.

 

  비선대 휴게소를 지나 50m 정도 위쪽에 계곡을 가로지른 아취형 다리가 있고, 다리를 건너면 오른편 아래에 입산통제소가 있으며, 그 왼편 철망 앞에서 길이 갈라진다. 그 갈림길에서 오른편 길은 금강굴과 마등령으로 올라가는 길이고, 금강굴까지 20분, 공룡능선 초입인 마등령까지 3시간 거리이다.

 

  왼편 계곡 길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천불동 계곡의 산행이 시작된다. 그리하여 계곡을 따라 10분쯤 올라가면 오른쪽에 천불동 계곡의 지류 중에서 가장 큰 설악골 입구가 나오고, 다시 15분쯤 더  올라가면 역시 오른쪽에 잦은바위골 입구가 나온다. 설악골이나 잦은바위골 모두 공룡능선에서 흘러 내려오는 계곡이다. 그리고 잦은바위골은 계곡이 험하고 높이 50m와 100m의 폭포가 있어서 겨울철에 결빙이 되면 좋은 빙폭 등반 대상지가 된다.
  잦은바위골 입구를 지나 올라가서 바위사면 옆으로 이어지는 긴 다리를 건너고 가파른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험상궂게 생긴 바위를 만난다(해발 420m 지점). 이 바위가 예전엔 '앞문닫이', '겉문닫이' 혹은 '겉문당'이라고 일컫던 귀면암(鬼面岩)이다. 마치 천불동 계곡의 수문장처럼 버티고 서 있다. 비선대에서 귀면암까지 1.5km, 1시간∼1시간 10분, 소공원에서는 2시간 정도 걸린다. 

 

 

  귀면암을 내려서면 계곡 양쪽이 좁아지면서 급경사를 이룬 거대한 암벽들이 도열하고 있어서 한층 경관이 볼만해 진다. 철다리를 여러 번 건너면서 귀면암에서 20분 정도 올라가면 병풍바위가 나타나고, 병풍바위에서 10분쯤 더 올라가면 왼편에 일명 '육동댕이골'이라는 칠선골이 화채릉에서 흘러든다.
  칠선골 초입에서 길은 오른쪽으로 꺾이고, 거기서 10분쯤 오르면 오른편으로 공룡능선에서 용소골이 흘러든다. 용소골 앞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왼편에 다섯 개의 폭포가 연이어진 오련폭포가 있다. 예전엔 이 일대를 '뒷문닫이'라고 불렀다. 사방이 바위로 둘러싸여 꽉 막혀 있기 때문이다.
  오련폭포 오른쪽에 놓인 긴 다리는 여름철엔 낙석, 겨울철엔 눈사태의 위험지역이다. 긴 다리를 건너고 여러 번 작은 다리를 더 건너 오련폭포에서 10분 정도 경과한 시점이면 양폭산장(해발 750m)에 이른다.

대개 귀면암에서 1시간 10분, 비선대에서 2시간 20∼30분 정도, 그리고 소공원 등산기점에서 6.5km, 3시간 10∼20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양폭산장에서는 화채능선에서 뻗어 내린 망경대와 고깔봉 주변의 기암 괴봉들이 잘 보인다. 

 

  양폭산장에서 100m 정도 더 올라가면 왼편 계곡 건너에 양폭이 있고, 양폭에서 무너미재까지 급경사길이 계속되는 난코스이다. 양폭에서 철다리를 건너고, 철 계단을 올라가서 급경사 너덜지대를 지나 양폭산장에서 40분 정도 올라가면 등산로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폭포인 천당폭포 아래에 이르고, 그 왼편에 천불동 계곡의 최상류인 건폭골 초입이 나타난다. 일명 '죽음의 계곡'이라 하는 곳이다.
  1969년 2월 14일 해외원정을 위해 훈련 중이던 산악인들이 건폭골에서 야영을 하다가 눈사태를 맞아 10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 때부터 이 계곡을 '죽음의 계곡'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 이후 1987년 1월 3일 청암산우회 회원들이 '죽음의 계곡' 빙벽 등반 중 제트기의 음속 돌파 비행음의 파장으로 인한 충격으로 눈사태가 일어나서 7명이 매몰되어 3명이 사망한 사고가 또 일어나서 이 계곡은 그 이름처럼 악명이 높은 곳이 되었다.

 
  '죽음의 계곡' 앞에서 가파른 산사면 길을 20∼30분 정도 올라가면 무너미고개 마루턱에 올라선다(해발 1,020m). 오른쪽으로는 공룡능선이 시작되는 곳이고, 천불동계곡 상류와 내설악의 가야동계곡 상류가 갈라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왼쪽으로 내려서면 200m 거리에 희운각대피소가 있다. 산장 서편 앞으로 흐르는 개울이 가야동계곡의 최상류이다. 양폭산장에서 희운각대피소까지 2km,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고, 비선대에서 희운각대피소까지는 5.5km, 4시간 정도가 걸린다.

 
  희운각대피소는 1969년에 있었던 '죽음의 계곡'에서의 조난사고가 난 그 해 어느 독지가가 사재를 털어 대피소를 지어서 자기의 호인 '희운'을 따서 희운각(喜雲閣)이라 이름 붙여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건물은 그 후 1986년에 국립공원에서 다시 지은 것이다.
  희운각에서 소청봉까지의 1시간 30분 구간이 이 코스 중에서는 가장 힘든 급경사지대여서 그야말로 기어서 올라가다시피 해야 하는 곳이다. 힘은 들지만 올라갈수록 전망이 트여서 천불동과 울산바위 등 외설악과 내설악의 일부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희운각에서 대청봉까지 2.5km, 2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소청봉에 일단 올라서기만 하면, 거기서 중청봉 산허리를 돌아 중청대피소까지 0.6km 구간과 중청 대피소에서 대청봉까지 0.6km 구간은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여 산행시간 50분 동안을 뛰어난 조망을 즐기며 올라갈 수 있다. 다만 이 부근은 날씨의 변화가 심하고 바람이 거센 지역이어서 좀체 쾌적한 날씨를 만나기 힘든 점이 아쉽다.
  대청봉이란 조선조 정조 때 성해응(成海應)이 편찬한 동국명산기(東國名山記)에 「멀리서 보면 아득하게 푸른 산으로 보인다」라는 대목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런 대청봉 정상에 힘들여 올라서면 첫눈에 들어오는 정상 표지석이 설악산 대청봉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무척 초라하고 못 생겼다.


  그러나 대청봉 정상에 서면 조망만큼은 표지석의 빈약함을 대신하듯 이름 그대로 푸른 바다, 푸른 하늘, 푸른 산을 다 볼 수 있다. 동쪽 아래로 천불동 계곡이 황홀하게 펼쳐져 있고, 그 너머 울산바위와 속초 시가지, 그리고 저 동해의 푸르른 물결이 시원하다. 남쪽으로는 점봉산에서 이어져 나간 백두대간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는 용아장성릉과 공룡능선의 기암괴봉들이 요란한가 하면, 그 너머 북녘 하늘까지 조망이 된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내륙의 높고 낮은 수많은 산들이 모두 설악산을 향하여 예를 갖추듯 도열해 있다. 
  이처럼 설악산 산정의 조망은 퍽 시원하면서도 그 품새가 온 천하를 압도하는 듯 엄청난 카리스마를 품고 있다. 그래서 정상에 선 등산객들은 대청봉을 정복했다는 그런 쾌감보다 오히려 대청봉의 기세에 눌려서 위축되는 듯해진다.
  거기에다가 일기마저 고르지 못해서 걸핏하면 안개가 끼이며, 바람이 세차고, 비가 오거나 몹시 춥다. 그러므로 대개의 경우 대청봉에 오래 머물러 있지 못하고 사진 한 장 찍고는 서둘러 내려오기 일쑤다. 어찌 보면 쫓기다시피 내려오는 꼴이다. 역시 장엄한 설악산의 산세는 자연의 위대함을 잘 나타내 보여준다. 

     

  나. 오색 코스
  오색에서 대청봉을 오르는 코스는 남설악매표소에서 대청봉까지 5km, 3∼4시간 정도 걸리는 설악산에서 가장 짧은 코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서 자연훼손이 심각하여 최근 등산로 정비를 실시한 나머지 거의가 계단 길로 조성되어 올라가기가 더 힘들어졌다. 그리고 주변환경이 메말라서 설악산의 다른 곳에 비해 경관도 떨어지고, 여름철에 수림이 우거지면 숲의 터널이 형성되어 사방이 다 막혀서 조망이 전혀 없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오색 코스는 가파르고 단조로운 오르막길이 계속되는 힘든 코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설악산은 워낙 높고 등산 노정이 길어서 산행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대청봉을 무박 당일로 다녀오려면 좋든 싫든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길에 한번은 오색코스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가을 단풍철에는 북새통을 이루어 세 줄로 서서 올라가야 할 정도로 등산객으로 붐빈다.
  그런데 이 오색코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산행하는 일반적인 습성을 잘 파악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곳이기도 하다.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번 시작하면 기어이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강한 성취욕구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추진하는 돌파력 역시 대단하다. 이런 성정이 산행의 행태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는 모습을 오색코스에서 인상깊게 볼 수 있다. 젊은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나이 지긋한 노년층이나 시골 아낙네들까지도 '정상 제일주의'에 매달려 힘들어하면서도 정상을 향해 오르고 또 오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정상에 올라가서 증명사진 한 장 찍는 것이 최고의 목표이다.
  말하자면 나도 대청봉을 밟아보았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유일한 목표로 삼고 죽자 사자 오르고 또 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주변 경관이야 관심 밖이고, 정상에서 사진 한 장 찍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을 완료했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이제 내려가는 것만 생각하는 그런 단조로운 단면을 여기서 볼 수 있다. '한탕주의', '빨리빨리 주의',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고 성과만 생각하는 과업지상주의의 업적주의'가 그대로 산행의 행태에도 나타나서 정상에 오르기 가장 쉬운 오색으로 마구 몰려드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산행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호젓한 산행 뒤에 남는 고요한 행복감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산의 품에 포근히 안겨서 자연과의 말없는 대화 같은 것은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려고도 안 한다. 오로지 다른 사람도 갔다왔다고 하니 나도 갔다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떠밀려서 가는 형국이다. 때문에 산행에서 즐거움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힘겨운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기조차 한다. 아무튼 오색코스는 그런 속사정을 안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산행은 남설악 입산통제소에서 시작을 하게 되지만 주차장에서 상당히 거리가 멀다. 44번 국도를 따라 가자면 고갯길을 500m 정도 걸어 올라가하므로 주차장에서 국도 쪽으로 나서지 말고 오색 마을길로 들어서서 '오색 그린야드 호텔' 앞으로 해서 올라가는 지름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그리하여 호텔 위의 44번 국도를 가로질러 건너가면 바로 산행기점인 남설악통제소이다.
  산행기점에서 100m 정도 올라가면 길 왼편에 독주골 가는 길이 갈라지나 지금은 '등산로 아님'이라는 팻말을 붙여서 폐쇄해 놓았다. 거기서 100m 정도 더 올라가서 계곡 위의 철다리 앞에 이르면 이정표가 서 있다. 거기에 '해발 460m/ 대청봉 4.8km, 남설악매표소 0.2km'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철다리를 건너면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면서 지루한 계단길이 계속된다.
  그리하여 통제소에서 35분 정도 올라간 지점에 이정표가 서 있다. '해발 760m/대청봉 4.0km, 남설악매표소 1.0km''라 적혀 있고, 그 옆에 119 표지목(설악 06-02)이 서 있다. 그리고 12∼13분 더 올라간 지점에 제1쉼터라는 넓은 공터에 도착한다. 거기엔 지도로 된 이정표가 있어서 '대청봉 3.7km, 오색 1.3km'라고 적혀 있는데, 거기가 대체로 해발 820m 정도 되는 곳이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서서 뒤를 돌아보면 나뭇가지 사이 점봉산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1.2km, 4∼5개의 언덕을 오르내리며 40분 정도 올라가면  설악폭포가 있는 곳에 다다른다. 대체로 산행기점과 대청봉 중간 정도 되는 곳으로 과거 거기에 '해발 950m/매표소 2.3km, 대청봉 2.7km'라고 적혀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지고 대신 지도로 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거기에 '남설악매표소-제1쉼터 1.3km 1시간, 제1쉼터-설악폭포 1.2km 1시간'이라 적혀 있다. 오른편 아래로 냇물이 보이고 그 아래쪽에 설악폭포가 있다. 그러나 길 아래쪽에 있고, 크게 드러나지 않는 폭포여서 대개 그냥 지나치기 일쑤이나 물이 부족하다면 이 부근에서 보충을 해야 한다. 대청봉 부근에는 물이 없기 때문이다.
  설악폭포에서도 가파른 바위지대와 나무계단, 밧줄지대 등을 40분 정도 힘겹게 올라가면 동남쪽으로 전망이 트인 능선에 닿고, 거기서 다시 20분 정도 더 올라가면 해발 1,300m의 제2쉼터에 이른다. 대체로 설악폭포와 대청봉의 중간지점에 해당된다. 거기 지도로 된 안내판에 '설악폭포-제2쉼터 1.2km 1시간, 제2쉼터-대청봉 1.3km 1시간'이라 적혀 있다.
  제2쉼터에서도 가파른 경사길이 계속되나 얼마 가지 않아서 완만해지고, 가끔 전망이 트이는 곳이 나타나서 덜 지루하다. 뒤쪽으로 점봉산의 위용이 가까이 드러나고, 이어서 멀리 백두대간의 줄기가 펼쳐진다. 그리하여 제2쉼터에서 1시간 정도 올라가면 대청봉에 닿기 직전 오른편에 군대 막사처럼 생긴 볼썽사나운 건물이 한 채 있다. 중청대피소가 생기기 전에 사용하던 대청대피소 건물이다. 대청대피소 건물을 지나면 이어서 대청봉이다.  


  다. 한계령 코스

  한계령 코스라는 것은 대청봉에서 서북쪽 한계령으로 뻗어 내린 백두대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한계령은 옛날부터 있어온 내륙지방과 동해안을 잇는 백두대간을 넘는 고개였다. 삼국시대에는 고구려와 신라의 교통로이자 국경이기도 하여 오색 아래에 있는 '관터' 혹은 '관대'라 하는 곳은 신라의 국경수비대가 주둔하였던 곳이다. 그리고 조선 성종 때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 소동라령(所冬羅嶺)이라 적혀 있고,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오색령이라 적혀 있어 조선시대에도 주요 교통로였음을 알려준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1981년 44번 국도가 뚫리기 전까지 원통, 인제 방면의 사람들이 영동으로 가거나 양양 사람들이 내륙으로 가기 위해 이 고개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요 국도가 지나고 있으며, 고개 정상에는 건축미가 뛰어난 한계령휴게소가 있다. 그 휴게소 마당에 서서 동쪽을 내려다보면 설악산과 점봉산의 중간 오색협곡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 곳이 바로 남설악이다. 그리고 그 반대편 서쪽을 내려다보면 가리봉과 안산, 귀때기청봉 사이의 장수대 쪽 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데, 거기가 내설악의 일부이다.
  한계령 코스의 시발점이 바로 이 한계령휴게소이다.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 8.3km이며, 5시간 정도 걸린다. 설악산에서 가장 장쾌한 코스로 알려진 서북릉과 연결되어 있어서 산행의 맛을 한껏 돋우어주는 코스이기도 하다.
  오색 코스보다는 산행시간이 1∼2시간 더 걸리나 한계령이 해발 935m이므로 그만큼 오르기도 수월하고 계단이나 철사다리 같은 인공시설물이 적어서 기분 좋은 산행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단 서북릉에만 올라서면 장쾌한 능선을 따라 완만한 등산로가 전개되어 내설악과 남설악의 전망을 즐겨 가면서 오를 수 있고 변화가 있어서 지루하지도 않다.
  한계령휴게소 뒤 급경사의 108계단을 올라가면 설악루라는 누각이 있고, 그 설악루 뒤쪽에는 위령비가 서 있다. 44번 국도의 한계령 구간을 군부대에서 맡아 공사를 했을 당시 사고로 희생된 장병을 위로해서 세운 비석이다. 그런데 비석 뒷면을 보면, 비석을 세울 당시 공사를 맡은 부대의 군단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金載圭)여서 그 이름이 새겨져 있다. 묘한 곳에 묘한 이름이 새겨져 있다.


  위령비 뒤쪽 한계령통제소를 지나면서 계단과 경사길이 반복된다. 급경사라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완만한 길이라 하기엔 경사가 심한 편인 그런 길을 40분 정도 오르면 작은 능선(1,307m)에 올라서게 된다. 거기에 '한계령 1km, 중청 6.7km'라고 적힌 이정표가 있고, 이어서 내리막길이다.
  내리막길을 내려서서 잠시 평탄한 길을 걷다가 다시 오르막을 올라서면 이번엔 급경사 내리막이다. 그리하여 그 내리막을 다시 내려가면 작은 물줄기가 흐르는 샘터에 닿는다. 한계령에서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지점이다. 한계령 코스에서는 대청봉에 이르기까지 유일한 샘(계곡수)이다. 그러나 불결한 계곡물이고 조금만 가물어도 말라버려서 믿을 것이 못된다.
  샘터에서 쇠 난간이 설치된 가파른 바위사면을 10분 정도 오르면 다시 능선에 올라서고, 거기서 오른쪽으로 전진하면 '한계삼거리(1,380m)'에 닿는다. 귀때기청봉(1,578m)을 비롯한 서북릉으로 향하는 길과 대청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주요 통로이다. 한계령에서는 2.3km 올라간 지점으로 거기 이정표에 의하면, 서쪽으로 귀때기청봉이 2km, 대승령이 5.1km 거리에 있으며, 대청봉 쪽으로는 끝청이 4.2km, 대청봉이 6km 거리에 있다.
  삼거리에서 오른편 길로 접어들면 이후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된다. 그러나 끝청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등산로가 너덜길이다. 위험한 것은 아니나 조심스럽게 전진해야 하는 곳이 많고, 중간에 전망 좋은 곳에서 자주 눈길을 빼앗겨 전진 속도가 느려진다.
  그리하여 한계삼거리에서 1시간 30분 정도 가면, 1,459m봉에 이르게 되며, 이 부근은 전망이 시원하다. 뒤를 돌아보면 귀때기청봉이 뒤쫓아오는 것 같고. 내설악의 용아장성릉과 공룡능선 등의 암봉들이 제각기 현란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1,459m봉부터 끝청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끝청(1,604m)의 전망도 탁월해서 뒤쪽으로 대승령 쪽의 귀때기청봉을 비롯한 서북릉이 한눈에 들어오며, 북·동쪽으로는 봉정암과 그 뒤로 펼쳐진 용아장성릉과 공룡능선의 전망이 뚜렷하다. 그리고 아래로는 백운동 계곡과 가야동 계곡이 펼쳐져 있다. 끝청에서 오색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었으나 지금은 폐쇄되고 없다.
  그리고 끝청에서 1km 정도 전진하면 중청 아래에 이르는데, 현재 중청봉 정상(1,676m)에는 군사시설물이 있어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그래서 철조망을 비켜서 중청봉 아래 사면을 우회해서 가면 소청봉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이른다. 그런데 거기에 '끝청갈림길(해발 1600m)'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왜 중청갈림길이 아니고 끝청갈림길인지 모르겠다.

 

  거기 이정표에 '한계령 7.7km, 소청봉 0.4km, 대청봉 0.6km'라 적혀 있다. 그리고 이어서 중청대피소에 이르고, 끝청에서 중청대피소까지는 1.2km, 편안하게 30분 거리이다.
  중청봉과 대청봉 사이 중간 안부에 중청대피소가 있다. 원래 중청산장을 철거한 자리에 1995년 새로 지었다. 처음엔 설악산장이라 하다가 중청대피소로 이름을 바꾸었다.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까지는 0.6km, 20분 정도 걸린다. 끝청 부근에서부터 눈 향(누운 향나무) 군락이 낮게 산 사면에 깔려 있더니 중청대피소를 지나면서 눈 잣나무, 눈 주목이 마치 융단처럼 깔려 있어서 남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북방 고산식물의 군락지를 여기서 볼 수 있다.        

 

 라. 공룡능선
  공룡능선이란 설악산의 마등령과 무너미재 사이 5.1km 구간을 말한다. 마치 공룡의 등뼈처럼 험상궂게 생긴 바위봉들이 하늘을 향해 용솟음치듯 울퉁불퉁하게 늘어서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설악산이 우리 나라 산의 진수라면, 공룡능선은 설악산의 꽃이라 할 만큼 빼어난 바위봉들이 밀집해 있는 백두대간의 등줄기에 해당되는 능선으로 백두대간 상에서 가장 화려한 구간이라 할 수 있으며, 이 공룡능선을 경계로 하여 바깥쪽(동편)은 외설악과 안쪽(서편)은 내설악으로 구분한다.  
  공룡능선은 설악산의 어느 쪽에서 바라보아도 그 위용이 대단하다. 그래서 깎아지른 첩탑봉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을 보면 우선 기가 질러 저런 험한 곳을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그러나 그런 곳을 백두대간이 지나가고 많은 등산객이 찾는 인기 있는 산행 대상지이다.
  멀리서 보면 사람이 발붙일 곳이 있어 보이지 않는 공룡능선이지마는 막상 현지에 가 보면 멀리서 보고 걱정을 했던 일이 무색해 질만큼 등산로가 잘 개발되어 있다. 험악한 공룡능선의 날등으로 등산로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큰 봉우리는 우회해서 전진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다만 우회하는 산행이기는 하지만 워낙 오르막 내리막이 심하고 급경사 지대가 많아서 체력 소모가 많고 산행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을 유념할 일이다.
  그리고 좁은 등산로 옆이 대부분 천길 낭떠러지라서 자칫 등산로를 벗어나서 실족이라도 하면 구조할 수조차 없는 험한 곳이 많다. 따라서 노약자는 피해야 하고, 특히 일기가 나쁘거나 안개가 낀 날에는 주의해야 하며, 가능한 한 유경험자의 안내를 받는 것이 좋다.
  설악산의 어느 능선 쉬운 곳이 있으랴마는 특히 공룡능선은 힘들고 산행시간이 많이 걸리는 곳이므로 체력의 안배와 안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런 점에 유념하지 않고 함부로 덤비다가 기진맥진하거나 겨울 설사면과 눈보라를 이기지 못해 여기서 생을 마감하는 비극이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공룡능선을 오르는 대표적인 코스는 희운각 위의 무너미재(1,020m)에서 마등령을 향하는 방법과 그 역으로 마등령(1,327m)에서 무너미재 쪽으로 향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공룡능선만을 목표를 했을 경우에는 대개 마등령 쪽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마등령으로 가는 길은 서쪽 백담사 쪽에서 올라가는 길과 설악동의 소공원에서 비선대를 거쳐 올라가는 길이 있으나 비선대 쪽에서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럴 경우, 소공원에서 마등령까지 6.5km, 3시간 30분 내지 4시간이 걸리고, 마등령에서 희운각까지 5.1km, 4시간내지 5시간 정도 걸린다. 그리고 희운각에서 소공원으로 내려오는 데에 8.5km, 3시간 내지 3시간30분, 해서 11시간 내지 12시간 걸리는 힘든 산행 길이며, 조금만 늑장을 부리면 13시간이 걸리므로 새벽 일찍 산행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공룡능선을 타기 위해 새벽 3시면 랜턴을 켜 들고 소공원 쪽에서 산행에 나서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더러는 그 전날 오후 비선대 산장까지 가서 숙박을 하고 산행에 나서는 사람도 있다.    
  비선대 위의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 오른편 아래로 입산통제소가 있고, 그 왼편에 철망을 친 출입구가 있다. 거기서 철망 안으로 들어가면 천불동으로 해서 대청봉으로 가는 길이고, 마등령으로 가려면 갈림길에서 오른편 급경사 길로 들어서야 한다.
  이 가풀막 길은 너덜이 아니면 바위 계단이어서 여간 힘들지 않다. 그런 길을 20분 정도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금강굴 가는 길이 갈라진다.

 

  그리고 계속 40분 정도 힘겹게 올라가면 장군봉 뒤의 지능선 안부에 닿는다. 비선대 위쪽의 무지개다리 건너 갈림길에서 0.7km 올라온 지점이다.
  그리고 20분 후 철계단을 올라서면 등산로의 경사가 다소 부드러워지고, 시야가 트이면서 남쪽으로 공룡능선의 위용이 보이기 시작하며, 동쪽으로 외설악의 전경이 펼쳐진다.

 
  그리하여 비선대에서 2.5km 2시간 정도 올라가면 세존봉(世尊峰;1,025m) 아래의 샘터에 닿고, 거기서 금강문을 지나 0.5km, 30분 정도 더 올라가면 또 하나의 본격적인 작은 개울의 샘터에 닿는다. 여기서 물을 보충하여 0.5km, 30분 정도 더 올라가면 마등령이다.


  마등령(馬登嶺)은 세존봉과 나한봉 사이의 잘록한 허리로서 말 등처럼 생겼다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백두대간 상에 중요한 고개의 하나이다. 북쪽으로 저항령, 황철봉을 거쳐 미시령으로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무너미고개까지의 공룡능선을 거쳐 대청봉으로 이어진다.
  마등령은 조망이 좋아서 외설악 일대의 전경과 공룡능선, 그리고 가야동 계곡의 전반이 한눈에 들어오는가 하면, 서쪽으로 귀때기청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


  마등령에서 200m, 5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간 지점의 안부에 '마등령 쉼터'라는 넓은 공터가 있다(1,240m). 거기서 서쪽으로 내려가면 1.4km 지점에 오세암이 있고, 오세암을 지나 다시 6km를 더 내려가면 백담사이다.

 
  마등령 쉼터에서부터 나한봉(1,250m)을 오르기 시작한다. 마등령에서 무너미재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봉우리 우측으로 우회로가 있으나 나한봉은 처음엔 왼편 너덜지대로 돌아서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제멋대로 너부러져 있는 바위 너덜이 아침 이슬에 미끄러우므로 조심조심 진행해야 하고, 너덜지대 등산로 양쪽에 야트막한 키의 편백나무들이 바위 사이에 뿌리를 박은 채 바람에 시달려서 누워 있다. 소위 눈 향(누운 향나무)의 일종이다. 그러나 지금은 등산로 정비가 되어 미끄러운 곳도 없어진 반면에 편백나무 군락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능선 오른편으로 휘돌아 올라가면 마등령 쉼터에서 0.3km, 15분 정도 전진한 지점에 나한봉 팻말이 서 있다(희운각 4.6km). 거기에서 내설악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야동 계곡이 아래로 편안히 누워 있고, 그 너머 용아장성릉이 낮이기 다가서는데, 그 위로 서북능선이 유유히 흘러가고 있는가 하면, 대청봉과 중청봉이 멀리 보인다.
  용아장성릉(龍牙長城稜)은 마치 용의 이빨처럼 날카로운 봉우리들이 늘어서서 난공불락의 장성처럼 뻗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공룡능선에 비해 섬세하고 까다롭기는 하나 높이는 낮아서 우람한 면은 부족하다. 그리고 아직 이곳은 등산로가 제대로 개발되어 있지 않아서 대중화는 되어 있지 않으므로 상당한 전문가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다.
  나한봉에서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서 오르막 내리막을 여러 번 거치다가 다시 올라가서 무명의 봉우리를 우회하여 내려간 후, 마등령에서 50분 가량 전진하면 1,275m봉 오르기 직전의 길다란 내리막을 내려간 안부의 이정표에 '희운각 3.4km, 마등령 1.7km'라고 적혀 있다. 거기서 다시 긴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가면 공룡능선의 상징인 1,275m 암봉 바로 아래 안부이다. 거기 이정표에 '희운각 3km, 마등령 2.1km'라 적혀 있다. 대체로 공룡능선 중간쯤 된다. 이 안부에서 송곳처럼 우뚝 솟은 1,275m봉 정상을 다녀올 수 있다.


  1,275m봉은 공룡능선의 주봉 격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된 이름이 없다. 웬만한 이름은 이 봉우리의 빼어난 미모에 어울리지 않아서 그냥 산의 높이로 이름을 대신하고 있다. 이 1,275m봉의 정상이 공룡능선 상의 최고의 전망대이기도 하다. 남쪽으로 천불동의 눈부신 모습과 그 너머 대청봉에서 흘러내린 화채능선이 보이고, 북동쪽으로는 외설악으로 뻗은 천화대가 현란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 동쪽엔 설악산에서 최고의 존엄을 자랑하며 혼자 우뚝 솟은 세존봉이 돋보이는데, 세존봉 아래쪽으로 울산바위가 늠름한가 하면, 그 너머 속초 앞 바다가 푸르다. 

 

   천화대란 1,275m봉 다음의 노인봉(1,120m)에서 동북의 비선대 쪽으로 설악골과 잦은바위골 사이로 길쭉하게 뻗어 내려간 능선 상에 모여 있는 20여 개의 바위봉들을 일컫는다. 이 바위 봉우리들이 마치 불꽃이 타오르듯 하늘에 꽃을 수놓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천화대(天花臺)이다. 그리고 천화대의 최고봉인 '범봉'은 워낙 그 모습이 수려해서 수많은 설악산 암봉들의 상징처럼 되어 있어서 사진 작가들의 주요 모델이 되고 있다.  

 
  그런데 공룡능선의 바위봉들을 오르내리면서 또 하나 감탄스러운 것은 그 험한 바위 벼랑에 붙어서 살아가는 소나무들의 신기한 모습이다. 바위 벼랑 틈새에 뿌리를 박고 늠름하게 서서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독야청청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기기묘묘한 바위의 형상도 그렇지만 거기에 소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어 그 조화가 더욱 돋보이는 것이다.
  1,275m봉 다음에는 아주 가파른 길을 내려서야 하는데, 돌사태와 눈사태가 자주 일어나는 구간이어서 특히 겨울 산행에 주의해야 할 곳이다. 그러나 여기도 안전시설이 보완되어 위험 없이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내리막길을 다 내려서지 말고 중간에 왼쪽으로 올라서면 다시 능선 길이 이어진다. 
  그리고 1,275m봉에서 30분 정도 내려선 지점이고, 마등령에서 2시간∼2시간 30분 정도 전진한 지점의 오른편 안부에 샘이 있다. 신성암(1,210m)에 닿기 1시간∼1시간 30분 가량 전이다. 공룡능선에서는 유일한 샘다운 샘이므로, 여기서 충분히 쉬면서 거칠어진 숨결을 고르고, 영양 보충을 하여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마지막 마무리를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서북쪽에서 바라본 신성봉(대)의 아름다운 모습


  샘터에서 쉬었다가 몇 개의 봉우리를 연거푸 오르내려서 신선대에 이르면, 이제 공룡능선 끝 부분에 이른 셈이다. 이 신선대에서 바라보는 설악산의 전망은 또 하나 공룡능선에서의 압권이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장쾌한 공룡능선이 괴력을 발휘하는 듯 한데, 그 가운데 우뚝 솟은 1,275m봉의 첨탑이 하늘을 찌를 듯 하고, 그 옆으로 천화대 범봉의 자태가 군계일학이다. 그리고 대청봉과 중청봉이 머리 위로 보이는가 하면, 저 아래 죽음의 계곡이 보이고, 소청봉에서 뻗어내린 능선 끝에 이 능선의 종착점인 희운각의 지붕이 숲 속에 얼핏 보인다.
  그리하여 이제 다 왔다는 안도감과 신선대의 전망에 홀려 자칫 긴장을 풀면 주의력 저하로 사고를 당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마등령에서 출발한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사고를 당하는 곳이 이 신선대 부근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신선대에서 하산하는 코스에도 이상하게 길이 헷갈리고 위험한 곳이 있어서 주의를 요하였다. 특히 안개 낀 날은 길 찾기가 어려워서 애를 먹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기도 안전시설이 갖추어져서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다. 그리하여 신선대에서 희운각까지 내려오는 데에 1.1km에 30∼40분 걸린다.

  

 

      

  마. 서북릉 서쪽 구간
  설악산 서북릉이란 설악산의 서북 끝단인 인제군 북면 용대 1리 남교마을 북천가에서 십이선녀탕을 거쳐 설악산의 서북쪽에 불쑥 솟아 있는 안산(1,430m)과 대승령, 귀때기청봉을 지나 대청봉에 이르는 21km 구간을 말하는 것으로, 지리산 주능선과 더불어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장대한 능선이다. 
  설악산에서 가장 긴 서북능선은 산행하는 데에도 매우 힘든 코스로 알려져 있다. 중간에 대피소를 비롯한 인공시설물이 전혀 없는 자연 그대로의 능선이고 굴곡이 심해 산행하는 데에 체력소모가 심한 곳이다. 그리고 이 코스는 물을 구할 수가 없어 산행에 앞서 식수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여름철엔 갈증에 시달려야 하고 겨울철엔 쌓인 눈이 깊고 바람이 매서운 곳이어서 사계절 모두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여 산행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 서북릉은 워낙 긴 능선이므로 능선 중간에 위치한 한계삼거리(1,380m)를 중심으로 하여 서쪽 능선 구간과 동쪽 능선 구간을 나누어 살펴보아야 한다. 더구나 동쪽 구간은 백두대간에 포함되어 있고, 서쪽 구간은 백두대간 지능에 해당되기 때문에 그 소속도 조금 다르다. 그리고 산행도 대개 서쪽 구간은 귀때기청봉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동쪽 구간은 한계령에서 대청봉을 오르는 코스로 이용되고 있다.
  서북릉의 서쪽 구간이라고 하지만 이 구간도 하루에 주파하기엔 무리이므로 대개 두 구간으로 나누어 산행을 한다. 즉, 남교마을을 출발하여 십이선녀탕을 거슬러 올라가서 대승령에서 장수대로 내려오거나, 명실공히 설악산 서북릉의 끝단인 한계리에서 안산(1430.4m)으로 올라 장수대로 내려오거나 그 역의 산행으로 하루를 잡고, 장수대를 출발하여 대승령에 올라 귀때기청봉을 거쳐 한계령으로 내려오거나 그 역으로 진행하는 코스로 하루를 잡는다. 그렇게 나누어 하더라도 7∼9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한계령 쪽 코스의 경우에도 장수대 쪽을 출발기점으로 하는 것보다 한계령을 출발기점으로 하여 귀청을 거쳐 대승령에서 장수대로 내려오는 것이 다소 수월하다. 한계령이 해발 950m이기 때문이다.
  서북릉 서쪽 구간의 핵심은 역시 귀때기청봉(1,577.6m)이다. 귀청은 예전에 한계산(寒溪山)이라 하여 설악산과는 별개로 분류했었다. 실제로 산의 외형이나 속살이 외설악 쪽과는 조금 다르다. 겉모습이 단아한 정삼각형이고 잘 생겨서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 설레게 한다. 그리고 넓은 너덜지가 있어서 매력이 넘친다.
  속내도 다른 설악산 봉우리들과 달라서 비록 너덜지대가 있기는 하나 육산으로 분류한다. 그래서 바위 봉우리도 아닌 게 설악산에 끼어 들었다고 다른 봉우리들로부터 귀때기(뺨의 속된말, 귀싸대기와 비슷한 말)를 맞아서 귀때기청봉이라 이름 붙였다고 하기도 하며, 설악산의 한쪽 귀퉁이(귀퉁이의 영동지방 사투리가 귀때기임)에 있어서 귀때기청봉이라 이름 붙였다 하기도 한다.


  한계령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한계삼거리까지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한계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대청봉으로 가게 되고, 귀청(귀때기청봉의 약자)은 한계삼거리 갈림길에서 좌회전하여 2km 지점에 있다.
  한계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거짓말처럼 평탄한 흙 길이 전개되다가 10분 정도 가면 너덜을 만난다. 귀청의 너덜은 흔히 다른 산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작은 돌의 너덜이 아니라 우람한 바윗돌들이 엇물려 있어서 오히려 장엄미가 있으며, 그 펼쳐진 규모 역시 엄청난 바위너덜이다. 멀리서 귀청을 바라보았을 때 이색적인 자태를 뽐내는 부분이 바로 이 너덜지대이다.

 

  처음의 작은 너덜지대를 통과하면 다시 큰 너덜이 나타난다. 가는 밧줄로 등산로를 표시해 놓아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으나 바람이 심한 날이거나 안개가 낀 날은 조심해야 한다. 바람에 중심을 잃고 쓰러질 수도 있고,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면 너덜지대의 특성 상 길을 잃을 염려가 있다. 그 너덜 지대를 1시간 정도 오르면 귀청 정상에 설 수 있다. 


  귀청 정상의 전망은 참으로 탁월하다. 우선 북으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향로봉이 있는가 하면, 쾌청한 날에는 그 너머 금강산의 울퉁불퉁한 능선이 하늘금을 긋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금강산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북녘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감회와 감격이 가슴을 적신다. 그리고 동쪽 건너편에는 북쪽에서 동쪽으로 뻗어 있는 용아장성릉과 공룡능선의 꿈틀거림을 볼 수 있으며, 그 끝 동쪽에 중청봉, 대청봉이 솟아 있다.
  그리고 남쪽으로 점봉산(1,424.2m)에서 뻗어나간 백두대간 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옆으로 오대산(1,563.4m)을 중심으로 한 한강기맥이 길게 늘어서 있음도 볼 수 있다. 또 서쪽에는 방태산(1,443.7m) 줄기가 힘차게 뻗어 있으며, 이어서 가리봉, 주걱봉, 삼형제봉 등 이상하게 생긴 봉우리들이 솟아 있는가 하면, 방태산과 가리봉 사이에는 홍천의 가리산(1,050.7m) 봉우리마저 아스라이 보이며, 가리봉의 오른편으로는 양구의 사명산(1,197.6m)과 그 너머 가평의 화악산(1,468.3m)까지도 보인다.
  귀청의 동북사면에는 '큰 귀때기골'과 '작은 귀때기골'이 펼쳐져 있고, 이들 골짜기들이 내려가서 수렴동 계곡과 만나 백담계곡을 이룬다. 그러나 이쪽은 급경사 위험지대이므로 전문가 수준이 아니면 함부로 내려가서는 안 된다. 
   귀때기청봉을 출발하여 내리막길을 내려가서 평탄한 안부까지 가는 데에 40분 정도 걸린다. 거기서 1,465m봉을 넘어 로프지대를 3∼4번 통과하고 30분 정도 더 올라가면 1,408m봉이다. 거기 이정표에 '귀때기청봉 3.6km, 대승령 2.9km'라 적혀 있고, 거기서 대승령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1,408m봉에서 5∼6개의 작은 봉우리들을 오른편으로 우회해서 전진하면 1,289m봉 아래에 다다른다. 1,289m봉으로 가는 도중에 오른편으로 저 멀리 백담사가 보인다.
  1,289m봉 아래의 높이 10m 직벽을 내려가면 거기서부터 대승령까지 1.1km 구간의 능선 길은 호젓하고 완만해서 평지를 걷듯 편안하게 갈 수 있다.
  대승령(1,210m) 4거리 이정표에 '대청봉 12.7km, 한계령 9.9km'라 적혀 있고, '남교리 8.6km, 백담사 4.6km, 장수대 2.7km'라 적혀 있다. 한계삼거리에서 대승령까지 가는데 소요되는 산행시간에 대해 자료들이 구구 각색이나, 대략 4시간 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대승령에서 장수대로 내려가는 길은 상당한 급경사여서 대승폭포를 거쳐 장수대까지 내려가는 데에 1시간 20∼30분 정도 걸리고, 한계령을 출발하여 귀때기청봉을 거쳐 장수대에 이르는데 12.6km, 산행시간 8∼9시간 정도 걸린다.
  그러나 설악산 서북릉의 끝단인 남교리나 한계리로 가려면 대승령에서 장수대로 하산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승령 4거리에서 계속 서북진해야 한다. 그리하여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올라가면 거기가 '안산 갈림길'이다(1,320m). 설악산 서북릉을 계속 타려면 거기서 서북쪽을 향해 '등산로 아님' 팻말이 걸려 있는 쪽으로 전진하여 안산을 거쳐 남교리나 한계리로 내려가야 한다.   


바, 백담사 코스
  백담사 코스란 내설악에서 대청봉을 향하는 코스를 말하며, 백담사에서 대청봉까지 12.9km의 긴 구간이지만 수렴동계곡, 구곡담계곡 등 설악산 비경을 품고 있고, 도중에 오세암이나 봉정암을 들릴 수 있어 등산객이나 불교신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이다. 다만 백담사에서 대청봉까지 산행시간이 7∼8시간 정도 걸리고, 대청봉에서 가장 짧은 오색으로 하산한다고 해도 2∼3시간 걸리며, 쉬는 시간을 포함한다면 10시간 이상 걸리므로 이를 하루에 산행한다는 것은 초행자들에겐 무리이다. 그래서 초행자나 아녀자들은 대개 봉정암이나 오세암에서 하루 밤을 묵는다.
  백담사로 가려면 46번 국도변의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서 다리(가평교)를 건너서 0.6km 정도 들어가면 넓은 주차장이 있다. 차는 거기에 두고 300m 정도 더 들어가면 매표소가 나오고,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마을버스(셔틀버스) 승강장이 있다. 여기서 마을버스를 타고 백담사까지 가야 한다.
  백담사로 가는 길은 시멘트포장의 1차선 도로여서 일반 승용차는 갈 수 없고, 마을버스로 백담사까지 가야 한다. 과거 백담사 가는 중간까지만 마을버스가 다녔으나 지금은 백담사까지 운행하므로 훨씬 수월해졌다(요금 2000원). 다만 계절에 따라 운행시간이 다르고, 겨울철 눈이 쌓이면 불통되므로 차시간을 알아보고 가야 한다. 백담사에 이르는 8km 구간이 백담계곡으로 역시 경관이 수려한데, 걸어가려면 2시간 정도 걸려서 차로 가야하므로 제대로 구경할 수 없음이 아쉽다. 셔틀버스 종점에 내리면 바로 개울 건너가 백담사이다.

 

  백담사(百潭寺)는 신라 진덕여왕 원년(647년)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하며, 삼일운동 때 33인의 한 사람인 민족시인 한용운(韓龍雲)이 여기에서 그 유명한 '님의 침묵'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1988년 12월 전두환 대통령이 하야한 후 한 때 은거하여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곳이기도 하다.

  백담사 승강장에서 백담사 앞을 지나 2∼3분만 가면 백담산장에 이르고, 거기서부터 수렴동대피소까지 4.3km,1시간 30∼50분간은 평지나 다름없는 길로 올라가게 된다. 백담산장에서 수렴동대피소까지를 수렴동계곡이라 하며, 수많은 담과 소, 그리고 폭포가 연이어진 경관이 수려한 계곡으로 백담계곡의 상류인 셈인데, 갈 길이 바쁘다가 보니 경관을 제대로 눈에 담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기 쉽다.
  백담산장에서 15분 정도 올라가면 과거 왼편에 길골을 거쳐 저항령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있었으나 지금은 통행이 금지되어 '출입금지' 간판이 서 있다. 그리고 길골 하류를 건너는 다리를 건넌 후 평탄한 길로 백담산장에서 3.5km, 1시간 10∼20분이면 영시암(永矢庵)에 닿는다.

 

  1648년(인조 26)에 창건된 이 암자는 훼철되어 터만 남아 있었던 것을 최근에 중창하여 절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어 가고 있는 중이며, 불사가 계속되고 있다. 이름이 특이한 영시암은 조선 숙종 때 장희빈 사건으로 사사된 재상 김수흥(金壽興)의 아들 김창흡(金昌翕)은 아버지의 비명을 비관하여 지금의 영시암에 은거하였다고 하는데, 그는 영원히 세상에 나가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는 뜻으로 영시(永矢)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영시암을 지나 왼편 언덕 위로 올라가면 오세암으로 가고, 수령동대피소로 가는 삼거리 갈림길이 나타난다. 거기 지도로 된 이정표에 '오세암 2.5km'라 적혀 있고, '오세암-봉정암 4km 3시간, 오세암-마등령 1.4km 1시간 50분'이라 적혀 있다. 왼편 오세암으로 가는 길은 백담사 쪽에서 신흥사 쪽으로 넘어가는 가장 짧은 지름길인데, 내설악 쪽에서 공룡능선으로 오를 수도 있고, 오세암에서 봉정암으로 갈 수도 있으므로 더러 불교신자들은 오세암에서 1박한 후, 거기서 봉정암으로 가기도 한다. 그리고 삼거리에서 15∼20분 정도 올라가면 수렴동대피소에 닿는다.
  수렴동대피소는 민간이 운영하는 곳으로 식사와 잠자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서 취사나 비박 준비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수렴동대피소의 왼편 계곡이 공룡능선과 용아장성릉 사이로 흐르는 가야동계곡이고, 오른편 계곡이 중청봉에서 발원한 구곡담계곡이다. 그러니 가야동계곡과 구곡담계곡이 합쳐져서 수령동계곡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용아장성릉을 오르려면 수렴동대피소 뒤쪽으로 올라갈 수가 있다. 용아장성릉은 수렴동대피소 뒤에서 시작하여 봉정암까지 연결된 바위 능선을 말한다. 
  수령동대피소에서부터 올라가는 구곡담계곡은 길 사정이 나쁘고 줄곧 개울을 끼고 올라간다. 도중에 귀담(龜潭)을 비롯하여 만수담, 만수폭포 등이 있고, 수렴동대피소에서 50∼60분 올라가면 귀때기청봉에서 흘러내려오는 백운동계곡과 합쳐진다. 이후 다리를 건너갔다 왔다하면서 2시간 정도 올라가면 쌍폭을 만난다. 구곡담계곡에서 흘러내리는 폭포와 오른편 서북릉의 쌍폭골에서 흘러내리는 두 개의 폭포가 Y자 형으로 합쳐져서 바위 사면을 흐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쌍폭을 지나서도 폭포와 소가 연이어 나타나고 다리가 계속 나타나면서 계곡은 협곡을 이루는데, 40∼50분 올라가면 길이 왼편 골짜기로 꼬부라지면서 초입에 봉정골 입구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거기에 '대청봉 2.8km, 봉정암 0.5km, 백담사 10.1km'라 적혀 있고, 거기서부터 심한 경사 길이 이어지는데, 산사태가 나서 바위가 어지러운 너덜길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봉정암에 이르는 마지막 고비의 힘겨운 길이어서 보통 '봉정암 깔딱고개'로 불리는 곳이다.
  그런 가풀막 길을 300m 정도 올라가면 사자바위에 이르고, 거기 이정표에 '해발 1,180m/대청봉 2.5km, 백담사 10.4km, 봉정암 0.2km'라 적혀 있다. 사자바는 내설악계곡이 시야에 들어오는 전망대 구실을 하는 곳이다. 그리고 지친 몸을 이끌고 마지막 힘을 쓰면 봉정암에 이른다. 수렴동대피소에서 구곡담계곡을 거쳐 봉정암에 이르려면 길도 험하고 시간도 4시간 정도 걸리므로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가지고 출발해야 한다.  


  용아장성릉을 배경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해발 1,244m) 봉정암(鳳頂庵)은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에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5층 석탑에 봉안하면서 창건한 우리나라 5대 적명보궁 중의 하나로서 불교신자들에겐 성지순례 대상이 되어 있는 절이다. 그리하여 법당 북쪽 바위 언덕에 있는 사리탑엔 기도하는 불교신자들이 항시 끊이지 않는다. 봉정암은 원래 법당과 요사체만 있는 작은 암자였으나 최근 확장을 해서 제법 규모가 커졌다. 절은 법당 외에도 300여명 잘 수 있는 시설이 있고, 잠자리나 음식, 커피 모두 무료이다. 다만 물이 넉넉하지 않은 것이 험이다.
  봉정암을 지나서도 급한 오르막은 계속된다. 그런 길을 20∼30분 올라가면 소청대피소에 이르고, 소청대피소에서 역시 가파른 길을 20∼30분 오르면 소청봉에 올라선다. 소청봉은 널따란 공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봉우리라 하기보다는 능선 가운데 있는 언덕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 이정표에 '(서쪽)소청대피소 0.4km, 봉정암 1.1kkm, 백담사 11.7km, (동쪽)희운각대피소 1.3km, 양폭대피소 3.3km, 비선대 6.8km'라 적혀 있다. 소청봉에서 중청대피소까지 20분이면 되고, 중청대피소에서도 20분이면 대청봉에 올라설 수 있다. 봉정암에서 2.3km, 2시간 정도 걸린다. 

 

사. 안산-십이선녀탕 코스

 

1.안산(1,430.4m)

   안산은 설악산 서북능선의 서쪽 끝단에 솟아 있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는 설악산 국립공원에 포함되는 산이지마는 옛날부터 독립된 산으로 분류해 왔고, 지금도 안산은 단독으로 중요한 산행 목표가 되어 있다. 그리고 안산의 동쪽 아래에 십이선녀탕 계곡이 있어서 어차피 십이선녀탕 계곡을 거쳐서 안산에 오르거나 아니면 안산을 먼저 올랐다가 십이선녀탕 쪽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으므로 안산과 십이선녀탕 계곡을 연결해서 함께 산행을 하는 것이 정석이다.

  44번(46번) 국도를 따라 인제군 북면 원통리를 지나 설악산으로 접근하면서 동쪽을 올려다봤을 때, 설악산 입구에 험상궂은 모습으로 우람하게 버티고 있는 산이 안산이다. 정상을 장식하고 있는 우락부락한 바위봉의 생김새가 마치 말안장처럼 생겼다고 해서 안산(鞍山)이라 한다고 하며, 일명 길마산이라고도 해왔다. 소등에 얹는 안장을 길마라 하기 때문이다.

  이 안산의 남쪽 사면에는 또한 옥녀탕 계곡이 있으니, 동쪽의 십이선녀탕과 더불어 아름다운 계곡을 좌우에 거느리고 있어서 참으로 복 받은 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악산의 유명세에 가려 비교적 찾는 사람이 적어 한적한 봉우리로 남아 있다.

  그런데 안산을 제외하고 십이선녀탕 계곡만을 찬찬히 보고 장수대로 내려가려면 용대 1리 남교마을 쪽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원칙이지만, 안산까지 연결해서 산행을 하려고 한다면 장수대 쪽에서 대승령으로 올라가서 안산에 올랐다가 십이선녀탕 계곡을 거쳐 남교마을로 내려가는 것이 다소 수월하다.   

  장수대에서 대승령까지는 2.7km, 1시간 40분∼2시간 정도 걸린다. 일반적인 자료들에는 대승령까지 1시간 30분이면 올라간다고 되어 있으나 가풀막이 심한 곳이어서 일반등산객들이 1시간 30분에 오르기에는 무리이다. 특히 장수대에서 대승폭포까지 40분 구간은 바위 오름, 철사다리, 돌계단 등의 급경사 지대여서 산행에 들어서자마자 힘든 고비를 넘겨야 한다.

 

  대승폭포를 지나 대승령까지 1시간 코스는 가풀막이 한풀 꺾여 경사가 다소 완만해지나 전망도 없고 변화도 없는 단조로운 길이어서 지루하다. 다만 반듯하게 뻗어 올라간 금강송(적송)과 전나무, 신갈나무들의 거목이 볼만한데, 주능선이 가까워지면 거목들은 사라지고 키 낮은 관목지대로 변한다.

  그리하여 대승령(1,210m)에 올라서면 4거리 갈림길이다. 동쪽 서북능선 길은 귀때기청봉을 거쳐 대청봉으로 이어지고(12.7km), 북쪽 내리막길은 흑선동 계곡으로 해서 백담사로 가는 길이나(4.6km) 지금은 폐쇄되어서 통행을 금하고 있으므로 삼거리가 되어 있는 셈이다. 그리고 서쪽 길이 안산삼거리에서 안산 혹은 십이선녀탕을 거쳐 남교마을로 이어진다(8.6km).

 

  대승령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둥글넓적해서 편안하게 생긴 봉우리가 보인다. 그 정상이 바로 '안산삼거리(1,320m)'이고, 대승령에서 올라가려면 상당한 오르막길이어서 25분∼30분 정도 걸린다. 정상에 올라서면 안산삼거리 이정표가 서 있고, 거기서 북쪽 길은 안산을 거치지 않고 바로 십이선녀탕으로 내려서는 길이어서 대부분의 등산객은 이 길로 안산을 거치지 않고 바로 십이선녀탕 쪽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서쪽 '등산로 아님' 팻말이 가로막고 있는 쪽의 등산로가 안산으로 가는 길이다. 거기서 안산의 정상까지 가려면 40분 정도 걸리고, 안산에서 십이선녀탕 계곡으로 내려서는 데에 40분 정도 걸리므로 안산을 거쳐가려면 1시간 정도 시간을 더 잡아야 한다.

  안산삼거리에서 안산으로 가는 능선 길은 일반적인 설악산의 풍치와 또 다른 안산만의 특징이 살아 있다. 장수대 쪽인 남-서 방향은 깎아지른 단애인가 하면, 십이선녀탕 쪽의 동-북 방향은 밋밋한 완경사면에 수림이 우거져서 밀림을 이루고 있다. 백두대간의 일반적인 특징은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지형이나 이곳은 그 반대로 서고동저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등산로 부근에는 고산지대 특유의 키 낮은 관목이 빽빽이 들어차 있고, 이 관목들의 가지는 촘촘히 덩어리지듯 뭉쳐있다. 바람을 이겨내려면 그렇게 자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위로 뻗어 올라가야 하는 전나무들은 바람에 시달려서 앙상한 나무 가지를 드러낸 고사목이 되어 있어서 안쓰럽다. 이런 독특한 분위기에 바위와 나무가 적당히 섞여서 안산만의 풍경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가을이 되면 안산 일대의 단풍이 설악산 전체를 두고도 다른 곳에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더구나 안산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호젓한 산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의 곳이고, 중간에 '대한민국'이라고 새겨진 자그마한 화강석 표지석이 있는 봉우리(1,396m)에 올라서면 전망이 시원하고 주변 경치가 좋아서 탄성을 지르게 된다. 거기서 건너편 안산 정상을 바라보면 바위봉의 깎아지른 절벽이 대단한 기세로 솟아 있고, 엄청난 크기의 바위봉이기에 사람이 붙어 올라갈 길이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능선 길로 전진하여 막상 정상 바위봉 아래에 가까이 다가서 보면 가풀막이 심해 기어오르듯이 올라가야 한다는 것 뿐, 위험하지도 않고 바위 벼랑도 아닌 흙 길이 이어진다.

  정상에는 삼각점 이외에 아무런 장식도 없고, 겨우 1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좁은 공간인데, 사방이 수직 절벽이어서 조심스러우나 조망은 빼어나다. 날씨가 쾌청할 때는 북쪽으로 향로봉 너머 금강산이 보이고, 서쪽 아래로 44번 국도변과 46번 국도변이 내려다보이며, 원통 시가지, 북천 가의 들판이 평화롭게 보인다. 그리고 그 위로 저 멀리 화악산(1468.3m)을 비롯한 한북정맥의 고산들이 하늘금을 긋고 있음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가리봉(1,518.5m)과 주걱봉 아래 한계령 길을 중심으로 한 그 일대의 협곡이 한눈에 들어오며, 그 위로 점봉산(1,424.2m)이 다정한데, 점봉산 너머로는 오대산(1,563.4m)을 중심으로 한 한강기맥 줄기가 선명하다. 동쪽으로는 귀때기청봉과 대청봉이 연이어 있고, 그 왼편엔 공룡능선의 괴암으로 이루어진 바위봉들의 굴곡이 두드러지며, 그 너머엔 동해의 푸른 바다가 시원하다.

  정상에서 하산은 경사가 다소 완만한 북쪽 사면 길로 내려가야 한다. 정상을 내려선 다음에는 계속 북쪽으로 연결된 선명한 능선 길로 전진하면 십이선녀탕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어떤 자료는 정상부를 내려선 다음, 오른편 사면의 길로 해서 올라갔던 지점으로 되돌아가서 십이선녀탕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되어 있으나 이 건 잘못된 정보이다. 십이선녀탕 계곡으로 내려가려면 정상에서 북쪽 사면으로 내려선 다음 계속 북쪽으로 뻗어 있는 능선 길로 10분 정도 전진하면 삼거리 갈림길에 이른다. 북쪽 능선으로는 희미한 등산로가 이어져 나가고, 오른편으로는 분명한 내리막길이 갈라진다. 거기서 북쪽 희미한 능선 길로 전진하면 한계리 쇠리마을 쪽으로 내려가게 되고, 오른편의 분명한 내리막길이 십이선녀탕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십이선녀탕으로 내려가는 길은 상당한 급경사여서 이 길로 올라오려면 무척 힘들다. 그래서 안산을 들리려면 남교마을에서 십이선녀탕을 거쳐 올라가는 것보다 장수대로 해서 안산을 먼저 올라갔다가 십이선녀탕 쪽으로 내려가는 것이 수월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길로 계속 내려가면 '등산로 아님' 팻말 이 있는 삼거리에 이르고, 이곳에서 서북 주능선의 '안산 갈림길'에서 바로 내려오는 길과 만나서 십이선녀탕 계곡으로 내려가게 된다. 이 삼거리가 두문폭포 상단에서 약 1km 정도 올라온 지점이다.


2.십이선녀탕 코스

   십이선녀탕 계곡은 대승령을 꼭지점으로 하여 안산(1,430.4m)과 응봉(1,206.1m) 사이 남북으로 8.6km에 이르는 계곡으로 탕과 폭포가 연이어 있어서 설악산에서도 가장 경관이 수려한 곳이다. 그래서 조선조 정조 때의 실학자 성해응(成海應,1760∼1839)은 그가 편찬한 '동국명산기(東國名山記)'에 설악산 여러 명소 중 십이선녀탕 계곡이 으뜸이라고 했다.

   이처럼 설악산에서 가장 빼어난 명승지라면 적어도 계곡으로는 남한 제일 경이라 해도 아무런 이의가 없을 것이므로 예전부터 이 계곡을 올라가 보지 않고는 경치를 논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말이 전하고 있다. 탕(湯)과 소(沼)가 많고 지계곡이 많아 전에는 지리곡(支離谷), 탕수골 혹은 탕수동(湯水洞) 계곡이라 불렀으나 6·25 후 1950년대 후반에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즉 12탕, 12폭이 있다고 하여 12선녀탕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첫 번째 독탕, 두 번째 북탕, 세 번째 무지개탕 등 8개의 탕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노산 이은상(李殷相)도 8폭 8탕이라 했다. 그러나 현장에 가 보면 탕이나 폭포의 숫자는 생각하기 나름이어서 굳이 숫자로 얼마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게 되어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12탕, 12폭보다 훨씬 더 많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십이선녀탕을 오르는 코스는 서쪽 용대 1리 남교마을에서 올라가서 장수대로 내려가든지, 그 역으로 장수대에서 올라가서 십이선녀탕을 거쳐 남교마을로 내려갈 수 있으나 십이선녀탕을 집중적으로 살피려면 남교마을을 기점으로 하여 올라가서 장수대로 내려가는 것이 정석이다.  더구나 십이선녀탕 계곡은 물기가 많은 곳이어서 물먹은 바위가 미끄러워 올라가는 것은 덜 위험하나 내려올 때는 여간 조심스런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안산까지 거치려면 장수대를 기점으로 하여 올라가는 것이 수월하지만 안산을 거치지 않고 십이선녀탕만 집중적으로 탐색하려면 용대1리의 남교마을 쪽에서 올라가서 장수대로 내려가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 이 구간은 산행 거리가 11.3km로 길어서 안산을 들리지 않아도 6∼7시간, 쉬는 시간 포함하면 8∼9시간 걸리므로 아침 일찍 서둘러 산행에 들어가야 하며, 바위와 물의 계곡이므로 날씨가 궂을 때에는 삼가는 것이 좋다.

  서울을 기점으로 할 경우, 44번(혹은 46번) 국도로 진행하여 인제군 북면 원통리를 지나 교통초소가 있는 한계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북천을 오른편으로 끼고 46번 국도를 따라 진부령·미시령 방향으로 8.5km 정도 가면, 길 왼편에 군부대가 있고, 오른편에 십이선녀탕 입구를 알리는 안내 간판과 주차장 그리고 상가지대가 나타난다. 그 일대 마을이 용대 1리의 윗 남교마을이다.

   그런데 여기서 '남교리'라는 지명에 대해 확실히 해 두어야 하겠다. 십이선녀탕을 소개하는 자료나 설악산의 이정표들에 '남교리'라는 지명이 나오지마는 원칙적으로 '남교리'라는 행정구역 상의 공식적인 지명은 없다. 행정구역으로는 인제군 북면 용대 1리이고, 그냥 '남교마을'일 뿐이다. 더 자세히는 '윗 남교마을'이다. 그러므로 십이선녀탕 산행기점의 정확한 지명은 '용대 1리 윗 남교마을'이라 해야 옳은 것이다. 그래서 줄여서라도 '남교' 혹은 '남교마을'이라 해야지 '남교리'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남교마을 오른편의 상가지대로 들어가서 잘 생긴 북천 다리(십이선녀교)를 건너가면 상가가 몇 집 있고, 거기에도 작은 주차장이 있다. 승용차로 갈 경우 북천을 건너기 전의 주차장이나 북천 건너 주차장에 주차를 해 두고 산행에 들어가야 하는데, 북천 다리를 건너기 전에 있는 주차장은 대개 무료이고, 다리 건너에 있는 주차장은 주차비를 받으므로 참고할 일이다. 그리고 하산 지점이 장수대일 경우에는 원통의 콜 택시를 불러서 남교마을 주차장까지 되돌아오면 된다.

  그런데 넓은 상가지대와 근사한 다리를 건너 산행기점인 입산통제소를 지나면 이어서 바로 계곡 오른편을 따라 평탄한 오솔길이 시작된다. 그리하여 10분 정도 맑은 개울물을 내려다보면서 천천히 올라가면 첫 번째 철다리를 만나면서 계곡 왼편으로 건너간다.  그리하여 개울 왼편 길로 다시 4∼5분 정도 전진하면 통제소에서 '1.3km, 해발 380m' 지점에 두 번째 철다리를 만난다. 그 철다리 왼편 아래에 1968년 10월에 십이선녀탕 계곡에서 조난 당한 카토릭의대생 7명을 위한 자그마한 위령비가 서 있다. 남학생 5명, 여학생 2명이 안전시설이 미비했던 당시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조난 당했다고 한다. 화강암 너럭바위로 이루어진 협곡이므로 비가 올 경우 물이 금새 불어나므로 우천 시에는 십이선녀탕 산행을 그래서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2002년 태풍 '루사' 때 십이선녀탕 계곡의 철다리 4개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내려갔다고 할 정도의 위력이므로 우천 시에는 조심을 해야 한다.

 

  두 번째 다리에서 다시 오른편으로 건너가서 2분 정도 전진하면 오른편에서 흘러드는 지계곡을 만난다. 그 지계곡에 걸쳐 있는 세 번째 다리를 건너서 오른편으로 계속 10분 정도 올라가면 네 번째 철다리를 만나 다시 계곡 왼편으로 건너간다. 이처럼 십이선녀탕 계곡을 가로질러 놓여 있는 철다리를 계속 건너갔다 건너왔다 하면서 고도를 높여가게 된다. 그리고 네 번째 다리에서 10분 정도 올라가면 산행기점에서 1.8km 올라간 지점에 다섯 번째 다리를 만나면 다시 오른편으로 건너게 된다. 거기서부터 빼어난 경관이 시작한다.

 

  다리 아래에 제법 우렁찬 폭포가 있고, 계곡 오른편 비탈길을 7∼8분 올라가면 '낙석주의' 간판이 붙어 있다. 오른편 위로 쳐다보면 방금 돌덩이가 무너져 내릴 것 같아서 맘 졸이게 되는데, 왼편 아래를 내려다보면 기이한 무명의 와폭이 나타난다. 이상하게 물이 흐르는 부분은 까만 오석이고 물 위 부분은 푸른색 화강암이다. 물때가 묻어서 그런가 하고 자세히 봐도 역시 물이 찬 부분은 까만 오석이다. 참으로 오묘한 자연의 조화를 실감할 수 있다. 지금은 무명폭포이지만 언젠가는 건사한 이름이 붙여질 폭포가 될 듯하다.

  그리고 제6교를 지나 산행기점에서 2.2km, 1시간 내지 1시간 10분 정도 올라간 지점에 응봉폭포(해발 580m)가 기다리고 있다. 공식적인 안내 팻말이 붙어 있는 유일한 폭포이다. 그 외에는 안내 팻말이 없어서 그냥 무명폭포가 되어 있다. 허긴 이름이 있고 없는 것이 대수로울 것도 없는 일이다. 아름다운 폭포는 이름이 붙었거나 붙지 않았거나 변함 없이 거기 그렇게 아름답게 있을 테니까.

  응봉폭포에서 30분 정도 올라가서 다시 다리를 건너면 거대한 마당바위 폭포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아마 다른 산이라면 여기 폭포 하나 정도만 옮겨 놓아도 대단한 인기일 것이다. 그리고 매표소를 출발한 지 2시간 정도 경과한 시점에 열 번째 다리를 건너 계곡 왼편으로 붙어 올라가서 맞은편 서남쪽 계곡을 건너다보면 굉장한 높이의 폭포를 볼 수 있다. 아마 높이 40∼50m 됨직한 폭포이다. 지계곡의 물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이 장관이다. 그런데 이 긴 폭포는 쉬이 말라버리는 건폭이라서 비가 많이 온 직후에나 볼 수 있다.

  그리고 징검다리를 건너 급경사 길을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면 십이선녀탕 입구(해발 800m)를 알리는 팻말이 서 있다. 산행기점에서 4.1km, 2시간 정도 올라간 지점이고, 거기서 대승령이 4.5km 거리이니 대체로 십이선녀탕 계곡 8.6km의 중간지점에 십이선녀탕이 있는 셈이다. 그 팻말에서 100m, 3분이면 십이선녀탕의 백미인 복숭아탕(일명 용탕)에 닿는다. 생김새가 마치 복숭아를 절반으로 잘라놓은 모양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복숭아탕 200m 위쪽에 '마지막 탕'이 있다(해발 920m). 이 외에도 이 계곡에는 중소, 구룡소, 설악문, 칠음대, 구선대, 옹탕, 무지개폭, 용폭 등의 이름이 붙은 명소가 있으나 어디가 어디인지 소개하는 팻말이 없어서 구분할 수가 없다.

  어디가 어디인지 이름도 알 수 없지만 이처럼 기기묘묘한 형상이 이루어지기까지 억겁의 세월이 흘렀을 것이고, 그리하여 세차게 흐르는 물이 쉼 없이 바위를 깎아내려 오목하게 파서 골을 만들고, 구멍을 뚫고, 탕을 만들어 연출한 지금의 선경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은상은 그의 '노산 산행기'에 십이선녀탕을 일러, '신이 고심해 빚어놓은 역작'이라고 했단다.

 

  복숭아 탕에서 올라가면서도 무명의 폭포들이 계속 나타나다가 산행기점에서 4.4km, 2시간 30분∼3시간 정도 경과했을 즈음에 두문폭포(杜門瀑布)에 이른다. 두문(杜門)이란 문을 닫아 막는다는 뜻이니, 두문폭포란 십이선녀탕의 선경을 마감하는 폭포란 뜻이다. 두문폭포 이정표에 '대승령 4.2km'이라 적혀 있고, 거기서 대승령까지 2시간 정도 걸린다.

 

  그러나 두문폭포에서 모든 경관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위쪽으로 올라가면 역시 크고 작은 폭포가 연이어 나타난다. 두문폭포 입장에서는 폭포 축에 끼어줄 만한 폭포가 아닌 모양이지만 그래도 꽤 우렁찬 폭포들이 줄지어 나타나면서 마음에 찌든 때를 깨끗이 씻어준다. 공원관리공단 측에서도 두문폭포 위쪽은 내다버린 자식 취급하듯 해서 그런지 안전시설도 없고 다리도 없어서 2∼3분 간격으로 계속 징검다리를 넘나들어야 한다. 그러다가 보면 큰 주목나무를 만나면서 고도가 꽤 높아졌음을 실감할 수 있고, 능선이 가까워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두문폭포에서 1km, 1시간 정도 올라가서 징검다리를 건너 오른쪽 산 사면으로 들어서서 5분 정도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남쪽을 향하는 왼편의 선명한 길은 대승령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편 서쪽 산비탈을 향하는 오솔길에는 '등산로 아님' 표지판이 가로막고 있다. 바로 거기가 안산(鞍山)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우리나라에서 엄밀한 의미의 원시림은 없다고 하나 이곳 십이선녀탕 상류만큼은 틀림없이 원시림일 것 같다. 워낙 험한 지형이므로 감히 여기까지 올라와서 벌목을 한들 원목을 하산시킬 방법이 없으니 그냥 자연 그대로의 숲으로 살아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원시림의 숲 속 길을 1시간 정도 올라가면 주능선 상의 삼거리(1,360m)에 닿는다. 흔히 '십이선녀탕 삼거리'라 일컫는 곳이다. 산행기점에서 5시간 정도 올라간 지점이고, 이정표에는 '남교리 7.3km, 대승령 1.3km, 능선 끝 쉼터'라고 쓰여 있다.

  그런데 십이선녀탕 삼거리 갈림길에서 대승령으로 간다는 것이 길을 잘못 들어서서 엉뚱한 곳으로 가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그리하여 아니오리골(김부자터골)이나 음지골로 빠져서 고생을 하는 수가 있으므로 초행자는 확실한 길 안내를 받아야 한다. 특히 안개가 끼이거나 비가 올 때일수록 길을 잘못 들 위험이 있다.

  대승령으로 가려면 남쪽으로 난 뚜렷한 길로 들어서면 된다. 그리하여 거기서 남쪽으로 300m 정도 가면 또 다시 갈림길을 만난다. 거기가 장수대 쪽에서 올라가면 십이선녀탕 쪽으로 가는 길과 안산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안산 갈림길(1,320m)'이다. 거기 이정표에 '남교리 7.6km, 장수대 3.7km'라 적혀 있고, 거기서 안산(1,430m)으로 가려면 서쪽의 '등산로 아님'이라고 표기한 능선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그리고 장수대 방향은 동편 급경사 내리막길로 들어서서 30분 정도 내려가면 해발 1,210m의 대승령 정상에 서게 된다. 대승령에서 장수대까지 1시간 20∼30분 정도면 내려갈 수 있다.

 

글쓴이 - 둘 산악회   아미산(이 덕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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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amisan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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